놀이치료의 아버지: '게리 랜드래스'에 대하여

 

 

Garry L. Landreth : 나에 대하여

어렸을 적에 나는 매우 마르고 발달도 늦었다. 내가 다닌 학교는 한 교실에서 8개 학년이 함께 공부하는 시골 학교였는 데, 나의 어머니가 그 학교의 교사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나는 사소한 것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 꾸준한 노력, 배운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 낙오자(주목받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나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이들을 꽤 잘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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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동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였던 것 같다. 그것은 내가 아동의 세계를 경험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잘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중 대다수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하였으리라 여긴다. 물론 나는 아동 발달에 대해 대학에서 공부하였고, 책을 읽었기 때문에 지식으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오직 아동에 대한 지식만 알았을 뿐이다. 나는 아동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아동의 세계를 이해하는 측면에서는 진정으로 아동을 알지 못하였다. 나는 아동을 만나고 나서 진정으로 아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동과 의사소통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예전부터 나는 아동이 어른이 되는 것을 감사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곤 하였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인생에 대해 진지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인생을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1. 은사님과의 만남: 재능을 발견한다.

 

나는 대학 시절과 스물한 살 때, 그리고 고등학교 교사를 시작한 첫해에 내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여서 고등학생으로 오해받기도 하였다. 4년간의 교직 생활을 한 뒤에 석사학위를 받고 2년간 고등학교 상담교사 생활을 한 뒤에 뉴멕시코 대학교(University of New Mexico)의 아동연구소(Children's Center)에 조교로 있으면서 처음으로 희미하게나마 아동의 세계를 볼 수 있었다. 그곳에는 민감하고 통찰력이 뛰어난 주임 박사가 계셨는데, 그분은 나도 모르는 나의 재능을 알아보셨다. 그분은 나에게 아동에 대해 공부를 해 보라고 권하셨고, 내가 아동의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놀이치료의 다양한 측면을 소개해 주셨다.

 

2. 아동을 통한: 무조건적인 수용의 경험

우리는 사람을 보고 판단하지 않으며, 한 사람이 너무 많거나 적게 가지고 있다고 그 인생을 평가하지도 않는다. 내가 발견한 것 중에서 중요한 것은 어린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의 삶을 살려 그렇다 치더라도 거의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어울려 놀고 다른 사람을 충분히 받아들인다.

내가 전문성을 키워 가던 초보 상담자 시절에 아동에게서 무조건적인 수용을 경험한 뜻깊은 순간이 있었다. 아동들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아동들은 내 존재를 그 순간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나를 변화시키려고 하지도 않았고, 어떤 점에 있어서 나를 다르게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하였다. 나는 가장을 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냥 그대로 있어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얼마나 환상적인 경험이었는지….…. 그리고 아동들과 관계를 맺어 가는 내내 자유를 즐겼다. 아동들의 그 순간의 모습을 기초로 해서 서로 관계를 맺는 아동들―즉, 그들의 인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이것은 함께 공유하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상호 경험이 되었다.

나는 내가 놀이치료를 통해서 아동들과 상호 작용을 하던 초기에 아동들 덕분에 경험하게 된 인생 전개 과정에 깊은 감사를 느꼈으며, 그다음으로는 나 자신의 인생 과정에 새로운 감사를 느끼게 되었다. 변화시키거나. 원상태로 돌이키거나, 극복하거나, 혹은 가치를 입증하여야 하는 인생이 아니라 고마워하고 신이 만들어 주신 나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아가는 인생을 알게 되었다.

 

보다 완전한 내가 된다는 것은 나의 약점뿐만 아니라
나의 장점도 받아들이는 인간이 된다는 의미다.

 

나는 약점과 함께 장점도 가지고 있으며, 나의 실수는 내가 틀릴 수도 있는, 정말 인간이라는 증거다.
나에게 있어 그것은 중요한 발견이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그것은 발견이 아니었다. 그것은 때맞춰 일어난 일이었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내가 경험하고 점차 깨달아 가는, 그리고 서서히 감사함을 느껴 가는 과정이었다.

놀이치료를 통해 아동들과 꾸준한 관계를 지속하면서 성인들과의 상담 시간에 관해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되었다. 그 상담 과정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았다. 거의 발전이 없는 성인 내담자 덕분에 치료법이 발전하기 시작하였고, 내담자를 위한 자아의 새롭고도 깊이 있는 공유와 연구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실험하는 동안에 늘 그 자리에 있어 준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아주 작은 단서를 깨닫고 반응을 보이자 이렇게 발전시킨 치료법을 통해 변화가 나타났다. 내가 내담자들의 미묘한 단서를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아동들이 하는 의사소통의 세밀한 부분에 민감했기 때문이었다. 아동들과 효과적인 놀이치료를 할수록 성인과의 상담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졌다.

 

3. 상담사로서의 성장

 

나는 1966년에 노사 텍사스 대학교(University of North Texas) 상담 교육대학(Counselor Education Department)에 들어갔고, 1967년에는 학생들에게 놀이치료를 가르쳤다. 그 당시 텍사스에는 놀이치료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게 미약하게 시작하였지만 굉장한 성장을 하였다. 얼마나 흥미진진한 모험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노사 텍사스 대학교에서 놀이 치료센터를 설립하였는데, 그 센터가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놀이치료 교육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 센터에서는 매년 놀이치료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여름에 열리는 놀이치료 2주 과정을 제공한다, 대학원 과정은 초급놀이 치료, 고급 놀이치료, 가족 놀이치료, 집단놀이 치료, 석사 과정 현장실습과 놀이치료 인턴, 박사 과정 고급 놀이치료 현장실습과 놀이치료 인턴과 같은 6개 영역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놀이치료를 가르치는 데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점은 내가 즐겨 하는 역할 놀이를 통해 나에게서 아동의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고, 그 모습이 사물을 너무 심각하게 대하는 경향을 조절해준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 나라고 하는 인간 속에 존재하는 아동의 모습을 정말로 소중히 여길 수 있으며, 보다 감사함을 느낄 수 있고, 그 아동의 재능을 잘 알아볼 수 있다. 내가 아동들과 함께 있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그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아동들과 아동들이 하는 놀이의 복합적인 단순성과 감정의 내면세계에 퍼져있는 색깔을 경험하면서 여전히 아동들에 대해, 그리고 내 자산에 대해 배우고 있다. 내가 무엇을 배웠는지, 결국에는 어떻게 학습을 아동과의 관계 속으로 통합시킬 수 있는지는 다음의 원리에 잘 표현되어 있다.

 

[아동과의 관계를 위한 원리]

-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다. 따라서 나는 모든 것을 알고자 하지 않을 것이다.
- 나는 사랑을 받아야만 한다. 따라서 나는 언제나 아동을 사랑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 나는 내가 내 안에 있는 아동의 모습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따라서 나는 경외심을 가지고 아동들이 나의 세계를 밝혀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나는 자신의 노력을 통해 가장 잘 배우며, 그 노력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나는 아동이 노력하는 과정에 함께할 것이다.
- 나는 때때로 은신처가 필요하다. 따라서 나는 아동에게 은신처를 제공할 것이다,
- 나는 한 인간으로서 완전히 인정받을 때가 좋다. 따라서 나는 아동을 한 인간으로 대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나는 실수를 한다. 내가 한 실수는 내가 인간이고, 실수를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따라서 나는 아동의 인간다움에 인내심을 발휘할 것이다.
- 나는 감정적으로 현실 세계를 내면화하고 표현한다. 따라서 나는 현실적인 것과 내가 어렸을 때 겪은 세계를 아동에게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 대답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다. 따라서 나는 나에게서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 나는 안전하다고 느낄 때보다 완전한 내가 된다. 따라서 나는 아동과의 상호작용에 있어 일관성을 보일 것이다.
- 나는 내 삶을 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따라서 나는 아동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 희망과 살고자 하는 의지는 내 안에서 나온다. 따라서 나는 아동의 의지와 자아를 인정하고 지지할 것이다.
- 나는 아동이 다치지 않게, 무서워하지 않게, 좌절하지 않게, 실망하지 않게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나는 그러한 것을 경감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 나는 상처받기 쉬울 때 두려움을 느낀다. 따라서 나는 상처받기 쉬운 아동의 내면세계를 친절하고, 부드러우며, 다정하게 어루만져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