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상담의 발전과정

 

최근 가족구조의 변화와 산업화 등으로 인해 상담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처럼, 

모든 일에는 어떤 특정한 계기나 전환점이 있다. 

 

우리나라 상담은 1950년대 유엔 사절단이 우리나라에 교육 연구기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제시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상담의 시작은 교육기관이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초기 우리나라 상담을 이야기하려면 학교상담과 연결시켜 살펴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상담의 발전 과정을 살펴볼 때 연도를 고려한 고찰도 필요하겠지만, 상담이 도입된 계기나 주된 전환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면 그 특징적인 변화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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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근대 학교교육의 발전으로 인한 우리나라 상담의 태동

 상담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때는 해방과 휴전 등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휴전 후 유엔 사절단 활동 중 교육연구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되 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실정이 고려되기보다는 서양의 교육관과 이론을 중심으로 한 상담이 도입되었고, 상담의 개념보다 생활지도의 의미가 강했기 때문에 가이던스(Guidance)라는 용어로 상담이 소개된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1953년에 중앙교육연구소가 설립되어 학생들의 생활지도와 상담이 연관되기 시작하면서 카운슬러(Counselor)라는 용어가 함께 사용되었으며, 1957년, 서울시교육위원회가 강습회를 통해 카운슬러를 교육하여 배출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카운슬러 양성에 문교부와 중앙교육연구소도 카운슬러 교육에 동참하게 되는데, 이는 전문적인 카운슬러를 양성해야 한다는 강한 의욕과 카운슬러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카운슬러 교육은 상담의 실제 부분에 대한 교육을 담당할 상담자의 부족으로 이론에만 치중되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심리측정의 방법으로 지능검사가 제작되어 상담에 활용되기 시작했는데, 당시만 해도 임상심리학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카운슬러들이 지능검사를 실시하고 해석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카운슬러들의 연구와 역할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는 상담에 대한 개념과 상담의 역할에 대한 혼란이 있던 시기였다. 예를 들면, 아동 중심, 인간 존중이라는 서양의 교육정신을 바탕으로 한 상담교육을 받은 카운슬러 교사들은 비지시적 상담인 Rogers의 이론을 중심으로 한 상담 활동 때문에 상담과 훈육, 상담과 생활지도 등에 대해 혼란을 경험한 시기였다. 또 심리검사의 도입과 상담의 도입 시기가 맞물리고, 상담자의 역할이 중복되면서 상담, 심리검사, 생활지도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이루어지지 않아 혼란을 겪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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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학생생활연구소의 개소로 인한 본격적인 상담교육과정의 성립

 앞서 살펴본 것처럼 상담 도입 초기는 상담에 대한 개념이나 상담자의 역할 등에 대해 많은 혼란이 있었던 시기였으므로 점차 상담의 개념 확립과 상담 활동 정착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중 . 고등학교를 중심으로는 1963년에 '전국 중‧고등학교 카운슬러 연구회'가 창립되었으며, 그 이듬해에는 중동학교 교도 교사 자격규정의 시행과 심리검사 윤리위원회가 발족되었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일련의 변화들은 상담의 개념과 상담 활동 정착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중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교에 학생생활 연구소가 개소되면서 상담활동의 정착이 더욱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학생생활연구소에서는 통상적인 상담 및 심리검사에 추가하여 ① 학생지도의 원칙과 방안의 수립, ② 학생의 개인적 문제의 파악과 분석을 통한 해결책의 수립,  ③ 타대학에 대한 전문직 학생지도의 조장과 시범, ④ 중‧고등학교의 학생지도 실태 조사 및 개선책의 제안, ⑤ 학생문제 연구집회의 개최, ⑥ 조교제도를 통한 전문인력 양성 등의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상담에 대한 개념의 모색과 실제 활동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였다(정원식, 1982).
상담 활동의 정착과 더불어 대학교 학생생활연구소의 증가는 상담자 양성에 대한 요구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요구로 인해 1962년부터 전문적인 상담자 양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며, 이 무렵부터 주요 대학의 교양 과목으로 상담심리학이 개설되기 시작하였다. 1972년에는 이화여대에 대학원 수준의 상담전공과정이 개설되면서 본격적으로 상담 에 대한 교육과정이 그 틀을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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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학회의 설립으로 인한 상담학의 독립과 발전

 상담 발전을 위한 전문적인 학회 활동은 현재의 한국심리학회의 모태 이자 1946년에 창립된 '조선심리학회'가 첫 시작이다. 조선심리학회는 이 후 대한심리학회, 한국심리학회로 학회명을 개칭하다가 5 ‧16으로 잠시 해산되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1963년 재등록하고 본격적인 학회 활동을 시작하였다. 1973년부터 한국심리학회는 전문가 자격제도를 마련하여 시행하기 시작했고, 그 이듬해에는 한국심리학회 산하에 임상심리분과가 '임상 및 상담심리분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1986년에 상담심리분과는 상담에, 임상분과는 진단에 역점을 두기로 하고 분리에 합의하여, 1987년 한국심리학회 산하 '상담 및 심리치료학회'가 설립되고, 이듬해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라는 이름으로 상담전문 학술지가 발행되기 시작했다.
 상담활동 정착에 이바지하던 대학들의 노력에 힘입어 1970년대 초반까지 대부분의 대학에 학생생활연구소가 설립되었으며, 1976년에는 한국대 학카운슬러연구협의회가 설립되었다. 이 협의회는 연수회 등을 통해 다양한 상담이론을 소개하고, 집단상담 등을 통해 상담활동이 좀 더 전문화 되고, 현실에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 면접, 진로상담, 심리검사, 집단상담 등에 관한 저서들이 출판되기도하였다.
 또한 한국대학카운슬러협회 활동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집단상담의 도입 및 확대다. 1983년에 '대학에서의 집단상담' 이란 주제로 한국대학카운 슬러 세미나가 개최되었음을 볼 때 당시 집단상담이 얼마나 활발하게 확산되고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1997년 가톨릭대학교에 상담전문대학원이 설립되는 것을 시작으로 더 많은 전문교육기관이 생겨났으며, 2000년에는 한국상담학회가 설립되면서 한국상담심리학회와 더불어 상담의 독립과 발전을 이루어 나가기 시 작했다. 현재까지 한국상담학회와 한국상담심리학회는 능력 있는 상담심리사 양성을 위하여 상담 전문가들을 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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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국적 상담으로의 변화와 발전 모색

 서양으로부터 상담이 도입되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용되는 상담 이론의 대부분은 서양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상담은 단순한 내담자의 문제 해결이라는 결과론적인 부분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내담자가 생활하고 있는 지역, 사회, 문화, 정치 등 다양한 측면에 대한 이해가 고려된 과정 중심의 접근임이 인식되었다. 그러면서 점차 서양의 이론보다는 한국 또는 나아가 동양의 문화, 정치, 사회 등이 포함되어 있는 동양사상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로 한국적 상담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정신분석의 원천이 동양사상에서 출발한다는 이동식의 道정신치료, 서양과 달리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자기발견적인 교육적 대화를 통해 자신을 발전하고 요가와 명상으로 심신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장호의 토착상담이 등장했다. 개인의 문제는 개인의 공상에 의한 것이라는 불교의 연기론에 입각하여 마음의 문제를 바라보고자 했던 윤호균의 온마음 상담, 불교의 원리와 서양의 상담기법을 조화시켜 내담자의 행복을 목적으로 마음 알기, 다루기, 나누기 등을 활용한 용타스님의 동사섭 등이 모두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등장한 한국적 상담은 서양의 상담이론으로는 적용할 수 없었던 많은 부분을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였으며 그 과정 또한 매우 가치있는 일이었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한국적 상담을 조망할 수 있는 이론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상담자들이 한국적 상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노력과 시도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동양의 사상과 상담의 실제를 결합하여 한국식 상담 이론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충분한 교육과 수련 경험을 가진 사람만이 전문적인 상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이는 상담이 한국 사회 에서 얼마나 크게 성장하였는가에 대한 감격과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상담심리학의 이론과 실제 - YES24